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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고급차에 도전하는 기아 셀토스가 갖춰야 할 ‘이것’

[1] 자동차/시승기, 칼럼, 르포

by 박찬규 기자 2020. 2. 1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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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셀토스 /사진: 박찬규 

[Seoul, Korea -- reporterpark.com] Justin Park, 2019.09.03.Tue.

 

고급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는 ‘감각의 동시 만족도’다. 사람의 다섯가지 감각 중 몇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시각과 후각, 청각과 촉각처럼 여러 감각이 좋은 자극을 받으면 그 대상의 호감은 더해진다.

기아자동차의 소형SUV 셀토스는 하이클래스 소형SUV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회사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자면 셀토스는 “▲동급 최대 크기를 기반으로 볼륨감이 응축된 대범한 외관디자인 ▲절제된 젊은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프리미엄 실내디자인 ▲동급 최첨단 주행 안전품목, 편의품목을 대거 탑재한 상품성을 자랑하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으로 출시됐다”고 한다. 

설명만 놓고 보면 회사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주로 시각적인 감각을 자극할 요소가 많다. 게다가 하이클래스라는 말 뒤에 ‘소형SUV’라고 단서를 붙인 것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분명 클래스 나름의 한계를 느꼈고,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넘어보려는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기아 셀토스 인테리어 /사진: 박찬규 

◆냄새가 아쉬운 셀토스

가격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싼차와 비싼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건 ‘냄새’다. 손으로 만졌을 때 좋고 눈으로 봤을 때 좋은 건 요즘 나오는 차들이 상향평준화 된 상태.

프리미엄브랜드의 플래그십 차종을 탔을 때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차에 탈 때 어딘가 자연스러우면서도 독특한 향이 있고, 문을 여닫는 소리나 실내에서 들리는 각종 소리가 믿음직스러우면서 친숙하다. 나아가 자신감 있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최고급소재를 두르면서 손길이 닿는 곳, 시선이 머무는 곳 모두 만족감을 더한다. 여기에 강력한 주행성능에 듣기 좋은 사운드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무엇에 홀린 듯 그 차에 빠져든다.

기아 셀토스 2열은 넉넉하다. /사진: 박찬규 

하이클래스라던가 동급최고라던가 하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셀토스는 어떨까. 차 문을 열었을 때 냄새가 그리 좋지 못했다. 코를 찌르는 게 어딘가 자극적이면서 불만족스러웠다. 맞다. 우리가 알던 그 새 차 냄새다. 

청각과 후각을 만족시키려면 디테일부터 달라져야 한다. 특히 ‘고급’이나 ‘프리미엄’ 따위의 말이 따라붙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셀토스가 이런 부분에서도 소형SUV라는 클래스를 뛰어넘길 기대했지만 그러려면 아마도 차 값이 껑충 뛰었을 지도 모른다.

◆화려함으로 무장한 셀토스

셀토스는 단지 작기만 한 차가 아니다. 다양한 재주로 크기의 제약을 뛰어넘으려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차 외관은 서울모터쇼에 등장했던 SP시그니처 콘셉트와 거의 똑같다. 사실 완성된 디자인을 쇼카(Show Car)로 내세운 것이다. 콘셉트카를 양산차로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짧다. 완성된 디자인을 더 발전시켰을 뿐이다.

셀토스 LED 헤드램프는 반사식이다 /사진: 박찬규 

어쨌든 ‘몇 달 전 무대 위에 섰던 차’가 ‘지금 내가 살 차’의 디자인이 거의 같다는 점은 구매자 입장에선 꽤나 즐거운 일이다. 많은 이에게 긍정적인 각인효과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 면에서 외관디자인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가 유리하다. 어딘가 어색한 듯 굉장히 화려하고 웅장하면서 강렬한 이미지를 풍기는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인상적일 수 있겠다.

앞뒤 모두 상당히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디자인이다. 전면 그릴 위에 조명이 길게 뻗어 불이 들어오는가 하면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다. 기존 기아차 디자인과 방향성을 약간 달리한 건 분명해 보인다. 기아차가 인도시장에 처음 진출하며 내놓은 차종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 덕분이라면 덕분이지만 다양한 소형차가 국내 출시되는 건 꽤 반가운 일이다. 

기아 셀토스 운전석 /사진: 박찬규 

셀토스가 탑재한 화려한 재주는 일일이 나열하는 것도 일이다.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된 안전품목은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유지 보조(LFA) ▲차선 이탈방지 보조(LK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등이다. 아울러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 정차&재출발 기능 포함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고속도로 주행보조 ▲안전하차보조(SEA) 등의 기능으로 편의성을 더했다. 여기에 보스(BOSE)사운드시스템이나 블루투스기기를 2대나 연결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일 수 있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이 탑재됐다. /사진: 박찬규

많이 들어본 기능인데 보통은 중형차 이상의 고급트림에서나 볼 수 있던 것들도 많다. 이 모든 것을 셀토스에서 활용할 수 있다. 엄청나게 놀랍거나 새로운 기능은 아니지만 소형SUV에 이정도를 적용한 건 이례적이다. 

이런 기능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작고 비싼 차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런 기능이 필요한 이에겐 합리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다.

기아 셀토스 엔진룸 /사진: 박찬규 

◆기본기에 충실한 셀토스

큰 기대 없이 운전대를 잡고 한참을 달려보니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화려한 첨단기능을 왕창 담은 덕분에 여러모로 운전이 즐겁다. 시승차는 1.6 터보 가솔린 모델이다. 최고출력 177마력(PS), 최대토크 27.0kg.m의 성능을 내며 복합연비는 ℓ당 11.8km(18인치 2WD기준)다.

여기에 전자식 4WD(사륜구동)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앞바퀴와 뒷바퀴에 필요한 만큼 힘을 배분하며 주행안정성을 더했다. 4WD모델은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된다.

가속감은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쓴 다른 차종과 비교하면 조금 더 점잖다. 굼뜬 건 아니다.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을 유지하며 빠르게 가속된다. 다만 가속할 때 사운드는 조금 요란하고 주행 시 소음도 적지 않다. 이 차를 오래 탈 생각이라면 앞뒤 휠하우스와 도어에 방음시공을 해주는 게 좋겠다. 

기아 셀토스 /사진: 박찬규 

기아 셀토스는 분명 나름의 상품성을 충실히 갖췄지만 클래스를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하자면 뛰어넘으려다 만 것 같은 느낌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라인업이 점점 촘촘해지면서 각각 차종의 간섭현상(카니발리제이션; cannibalization)을 최소화하려 조율한 탓이다. 위로는 스포티지, 아래로는 스토닉이 포진해 있다. 그래서 원가절감을 위한 부분에서는 과감히 소재를 바꾸고, 차별화를 위한 부분은 더 넣으며 경쟁력을 키웠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분명히 잘 만든 차고, 많은 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재주 많은 차다. 이미 도로에서도 꽤 많이 보인다. ‘고급 소형차’를 아쉬워한 이들에겐 훌륭한 선택지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음엔 기분 좋은 '향기'로 후각까지 함께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야말로 클래스를 넘어설 상품성을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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